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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튼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 부성애가 고친 ‘내측 추벽 증후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29. 14:00


애끓는 부성애가 고친 내측 추벽 증후군

 

 

동장군이 슬슬 기세를 부리던 겨울 초. 

두툼한 점퍼로 단단히 무장하신 한 50대 중반의 남자분이 진료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저는 으레 하듯이 아버님 어디가 아프세요?” 라는 물음으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나이 대를 보아 어딘가 관절이 안 좋겠거니 하고 짐작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좀 뜻 밖이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들 좀 살려주소



아들과 함께 동행한 것도 아니고, 덩그러니 혼자 진료실을 찾아 아들을 살려달라니.
 
대관절 무슨사연인지 궁금해 지더군요.

아저씨는 제 손을 덥석 잡으며 아들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 놓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이십대 초반에 입대해 군복무중에 있는데, 갑자기 무릎이 너무 아프다는 겁니다. 휴가 때 병원에서 엑스레이 MRI 다 찍어보고 다른 검사도 숫하게 받아 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 밖엔 안 해요.


하필이면 그 빡센 전방 수색대에서 근무 하고 있는데, 얘가 무릎이 너무 아파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고


그런데 누구 하나 우리 아들이 아픈 걸 믿질 않아요.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만 하니까, 군대 사람들은 꾀병이라고..
 

그런데 우리 아들은 무릎이 너무 아파서 나한테 자꾸 죽고 싶다고 그래요.
얘가 군대 들어가기 전까지는 운동도 잘하고 펄펄 날아다니던 놈인데, 걔가 태어나고 나서 여태껏 이렇게 기운 없는 걸 본적이 없어요.
걔가 정말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나 너무 불안해서 내가 남양주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저씨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아들을 걱정하는 애절함과 갑갑함이 짠하게 배어 나왔습니다.

저 또한 자식 키우는 입장으로 꼭 아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자살하고 싶다는 표현을 할 만큼 통증이 심하다면 아무이상이 없을 수가 없을텐데 다른 병원에서 이상을 찾지 못했다니.
일단 평범한 질환은 아니겠구나 생각하며, 아드님이 휴가 나오면 진찰 받도록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얼마 후, 아저씨가 건장한 체격의 군복 입은 청년을 데리고 다시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아들이 휴가를 나왔는데,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바로 우리병원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청년의 MRI를 참고해 진찰을 해보니 무릎 추벽 증후군이 의심 되었습니다
병명을 알고 보니 왜 다른병원에서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내지 못했는지 알겠더군요.


추벽증후군의 증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질환입니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관절 전문의야 금새 알아낼 수 있지만 
보통은 일반적인 검사로는 제대로 캐치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릎은 죽을만큼 아픈데, 가는 병원마다 이상은 없다고 하니 아마 무척 갑갑했을 겁니다.


추벽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한국사람 3명 중 1명이 가지고 있는 몸 속 조직입니다.
사람은 태아 때 무릎관절이 활액막(관절주머니 속을 감싸는 막)으로 된 5개정도의 주머니로 나누어져 있다가 태어나기 전 하나로 합쳐지는데, 이때 완전히 합쳐지지 못한 주머니들이 일부 남아 형성한 막을 추벽이라고 합니다.
추벽은 우리 몸에 필요하지도 해를 끼치지도 않는 조직이지만 만약, 염증 등의 영향으로 붓거나 두꺼워지면 무릎관절을 자극해 연골을 닳게 만듭니다.
계단 오를 때, 무릎을 구부리고 오랫동안 있을 때 무릎 앞쪽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추벽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청년은 양쪽 무릎에 모두 내측 추벽 증후군이 있었는데 추벽이 물렁뼈처럼 딱딱해져 무릎뼈와 넓적다리뼈의 연골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추벽에 의해 오랫동안 압박 되어 온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상태를 보니 왜 죽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는지 알겠더군요.



초기단계의 추벽증후군 치료는 약물과 운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청년의 경우에는 상태가 심각해 수술로 추벽을 잘라내기로 했습니다.

통증이 적고 섬세한 시술이 가능한 관절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을 했는데, 수술 내내 아버지는 수술 생중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청년는 재활치료를 거쳐 당당히 두발로 병원을 걸어나갔습니다. 퇴원까지 아들을 헌신적으로 간병하던 아버지는 건강히 퇴원하는 아들을 보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 손을 잡고 고맙다는 인사의 말을 전하는 아저씨의 눈에는 더 이상 아들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근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 역시 원인을 알지 못한채 오랜시간 극심한 고통에서 시달려야 했던 지난 아픔은 싹 잊은듯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병원문을 나서는 두 부자의 뒷모습을 보며 청년을 살려낸 것은 의료기술이 아닌 애끓는 아버지의 사랑이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부디 두 부자가 아픈 곳 없이 건강하기를, 청년이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남양주에서 한달음에 우리병원까지 찾아온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 효도하며 살기를 바래봅니다. 

 













웰튼병원 송상호 병원장